💡 관점 ⑥

SBS A&T 이머시브 미디어아트&테크 전문가 과정 강의

현장에서 배운 것은 설명이 아니라 판단력으로 가르쳐야 한다

SBS A&T 이머시브 미디어아트&테크 전문가 과정 강의

강의실에 앉은 수강생들은 대부분 이미 현장에 다녀온 사람들이다. 조명을 세팅해봤고, 렌더링 파일을 넘겨봤고, 개막 전날 밤을 버텨봤다. 그런데 미디어아트 개론 첫 시간, ‘프로젝션 매핑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순간 말이 없어진다. 경험은 있는데 언어가 없다.

이 침묵이 단순한 말문 막힘이 아니다. 그것은 현장 경험이 아직 개념으로 정리되지 않았다는 신호다. 손은 알고 있는데 머리가 설명을 못 하는 상태. SBS A&T 전문가 과정에서 강의를 맡으면서 내가 가장 먼저 마주한 문제가 바로 그것이었다.

🔍 경험을 가르칠 수 없다. 판단 기준을 가르칠 수 있다.

처음에는 내가 해온 작업을 순서대로 설명하고 싶었다. 프로젝션 매핑의 기술 흐름, 룩스와 콘트라스트 비율, 서버 구성, 미디어 서버 소프트웨어 비교. 그런데 이런 정보는 수강생들이 검색으로도 얻을 수 있다. 강의실에 와서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내가 줄 수 있는 건 정보가 아니라 현장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판단했는가, 그 기준이었다. 빔 프로젝터 두 대를 블렌딩할 때 경계면이 왜 어긋나는지, 어떤 조건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그 판단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결과만 말해주는 게 아니라 과정 속 선택지를 함께 펼쳐놓는 것.

미디어아트 개론을 구성할 때도 같은 원칙으로 접근했다. 정의와 역사보다 먼저, ‘이 전시는 왜 이렇게 설계됐을까’를 읽는 훈련을 넣었다. 관객 동선과 콘텐츠 흐름의 관계, 공간 크기 대비 프로젝션 면적의 비율이 체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지식보다 독해력을 먼저 키우는 순서다. 현장에서 새 상황이 오더라도 스스로 풀 수 있으려면 원리를 외우는 게 아니라 원리로 읽는 습관이 먼저 서야 한다.

🔭 가르치는 사람이 가장 먼저 정리되는 건 자기 자신이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뜻밖의 일이 생겼다. 내가 오랫동안 감각으로만 해왔던 선택들을 말로 옮기려니 근거가 흐릿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왜 이 공간에서는 이 밝기를 택했는지, 왜 이 속도로 전환을 줬는지. 현장에선 그냥 맞는 것 같아서 했던 결정들이 강의 슬라이드를 만들다 보면 설명이 안 됐다. 그 지점이 불편하면서도 유용했다. 가르치는 행위가 나를 돌아보게 한 게 아니라, 설명의 압박이 내 판단을 검증하게 만든 셈이다.

현장에서 배운 것을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일은 단순한 전달이 아니다. 내가 경험을 언어로 가공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내 현장도 다시 정리된다. 수강생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때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아직 내가 그 부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SBS A&T 강의는 그래서 내게도 일종의 현장이었다. 빛을 쏘는 현장이 아니라 언어를 시험하는 현장.

현장 팁강의 슬라이드를 만들기 전, '내가 이 판단을 왜 했는가'를 먼저 한 줄로 적어보라. 설명이 안 되는 항목이 곧 다음 공부 목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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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yz — 빛과 공간으로 경험을 짓습니다. 프로젝션 매핑·몰입형 전시·국가유산 미디어아트를 기획·운영해 왔습니다. 매일의 기록은 레터에서 이어갑니다. 레터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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