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할 수 있다고 전부 자동화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
에어비앤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가 흥미로운 말을 했습니다. 메타의 Muse 같은 외부 AI 에이전트에게 예약을 직접 완결할 권한을 주지 않겠다고요. 이유는 "여행을 계획하는 것 자체가 엔터테인먼트(Planning travel is entertainment)"라는 겁니다.
기술이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Muse는 이미 항공권과 숙소를 직접 검색하고 비교하고 예약까지 끝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체스키는 그 과정을 통째로 에이전트에게 넘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 결정이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AI GRAPHICS로 시작해서 공간을 연출하고, 지금은 VARIS에서 학습 경험을 설계하는 일까지 — 10년 넘게 반복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꼭 남아 있어야 하는 지점은 어디인가."
VARIS 커리큘럼을 짤 때도 같은 갈림길을 만났습니다. AI가 진도를 분석하고 다음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지금 뭘 모르고 있는지 스스로 깨닫는 순간"까지 AI에게 넘기면, 학습자는 성장이 아니라 결과만 받아가게 됩니다. 그 순간은 느리고 비효율적이어도 사람에게 남겨둬야 했습니다.
에어비앤비의 선택이 저에게 준 질문은 이겁니다. 저는 자동화를 설계할 때 보통 "기술적으로 가능한가"를 먼저 물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먼저 물어야 하는 질문은 "이 과정에 사람이 남아 있어야 결과가 완성되는가"였습니다.
AI가 실행을 대신하는 시대에 일을 설계하는 사람의 역할이 하나 늘었습니다. 무엇을 자동화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자동화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역할요.
여러분의 일이나 제품에서,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게 맞는 지점"은 어디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