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제스트

AI 아바타로 시작한 채널이, 결국 다시 사람 얼굴로 돌아갔다

3년 반 전에 뉴스레터를 시작한 사람이 있다. 지금은 연 매출 수백억원, 직원 23명, 구독자 300만 명을 넘는 미디어 회사를 운영한다. 그 성장 과정에 흥미로운 전환이 하나 있었다.

초반엔 AI로 복제한 자기 목소리와 아바타로 숏폼 영상을 찍었다. "이건 AI 실험입니다"라고 투명하게 공개했고 반응은 좋았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0만을 넘었다.

그런데 구독자가 늘고 스폰서가 붙기 시작하자 질문이 하나 생겼다. "이 아바타로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답은 아니었다. 결국 아바타를 버리고 직접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저커버그, 샘 알트먼을 직접 인터뷰하면서.

나는 지난달에 이 결정을 반대 방향에서 먼저 내렸다. SNS 자동 배포 루틴을 만들면서 테스트 게시물을 올렸는데 전부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기술적으로는 완벽했다. RSS 요약, 해시태그, 카테고리 태그까지 다 들어갔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그래서 Notion에 상태값을 하나 추가했다. "게시 대기"로 바꾸는 건 반드시 사람이 해야 한다고. 루틴은 사람이 직접 고른 글만 배포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같은 결론에 서로 다른 경로로 도착한 셈이다. 그는 신뢰를 먼저 쌓은 다음 효율을 위해 AI를 썼다가, 신뢰가 깨질까봐 다시 사람으로 돌아갔다. 나는 처음부터 신뢰가 깨지는 걸 보고 사람을 게이트에 세웠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AI가 "효율"을 줄 수 있는 지점과, 사람이 "신뢰"를 책임져야 하는 지점은 다르다. 이 둘을 같은 레이어에서 섞으면 둘 다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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