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에 빛을 올리는 법 — 부여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사비연희'
손댈 수 없는 유산을 빛만으로 다루며, 콘텐츠 제작부터 한 달 운영까지 한 팀이 책임진 기록.
세계유산이나 사적에 미디어아트를 올리는 일은 신축 건물에 영상을 쏘는 것과 출발점이 다릅니다. 본체에 손댈 수 없고, 빛만으로 표현해야 하며, 콘텐츠뿐 아니라 관람과 안전과 평가까지 한 번에 책임져야 합니다. 아래는 백제역사유적지구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에서 야간 미디어아트 '사비연희'를 콘텐츠 제작부터 운영 대행까지 맡아 수행한 사례입니다.
고객 상황
부여군이 국가유산청 국비사업으로 옛 백제 사비도읍의 밤을 미디어아트 축제로 여는 사업이었습니다. 2021년 정림사지에서 시작해 부소산성으로 이어진 연속 사업의 2024년 회차입니다. 사업비는 9억 2,800만 원(VAT 포함),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발주됐고 평가위원 21명이 제안을 심사했습니다. 손댈 수 없는 세계유산을 무대로 약 한 달간 야간 운영하는 사업이라, 콘텐츠만큼 운영과 안전이 중요했습니다.
기존 문제 — 일반 미디어파사드처럼 접근하면 진다
- 세계유산 본체에 물리적으로 손댈 수 없다. 무타공 비접촉 투사가 전제다
- 콘텐츠가 화려할수록 감점이다. 발주처가 원하는 건 '국가유산이 주인공'이고, 지식 전달형이나 체험형이 아니라 전시형 연출이다
- 하루 행사가 아니라 약 한 달 운영이다. 관람 동선과 안전, 도슨트, 인원 집계까지 콘텐츠만큼 무겁다
해결 전략
핵심 판단은 하나였습니다. 유산을 이기려 하지 말고 주인공으로 세운다. 평가에서 점수가 갈리는 지점이 거기였습니다. 성왕의 사비 천도를 축하하는 연회라는 단일 서사를 세우고, 관람객을 만국의 사신단으로 설정해 세 개의 빛 구역을 직접 걷게 했습니다.
제작 과정
- 공간 설계 — 관북리·부소산성 일대를 3개 존(빛의 길·빛의 후원·빛의 왕궁)으로 구성해 걷는 동선 자체를 콘텐츠로 만듦
- 장비 설계 — 30,000안시 프로젝터 3대 + 6,000안시 2대, LED 월 8기(뎁스 카메라 4기), 512×512 LED 디스플레이, 조명기둥 22개, 6채널 서라운드 음향
- 콘텐츠 — 메인 영상 '사비연희' 연출, 일부 작품은 중국·일본·베트남 해외작가 3명과 협업. 유산을 가리지 않는 비접촉 투사로 제작
- 운영 — 네이버 사전예약 도슨트(평일 2팀·주말 3팀), 자원봉사 15명 길 안내, 2개 지점 인원 집계, 야간용 안내 사인물, 안전운영대책안 별도 수립
결과
9월 개막해 약 한 달간 운영했습니다. 손댈 수 없는 세계유산을 빛만으로 백제의 밤으로 바꿔 놓는 기획 의도를, 야간 운영의 안전 기준을 지키며 끝까지 구현했습니다. 전국·지역 언론 20여 건에 보도됐습니다.
※ 관람객 수 등 정량 성과는 발주처(부여군) 집계 자료를 따릅니다. 사업비·장비·존 구성 수치는 과업 및 수행 기준입니다.
배운 점
국가유산 미디어아트의 점수는 영상의 화려함이 아니라, 유산을 얼마나 주인공으로 세웠는가에서 갈린다.
손댈 수 없는 대상일수록 연출자가 한 걸음 물러서는 쪽이 이깁니다. 빛이 유산을 덮는 게 아니라, 유산이 밤에 다른 표정을 짓도록 거드는 일입니다. 그 절제가 평가와 현장 모두에서 결과를 갈랐습니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의뢰 전 체크리스트
- 대상이 세계유산·사적 등 손댈 수 없는 유산인가?
- 콘텐츠 제작만이 아니라 하드웨어·설치·운영·안전·평가까지 한 팀이 맡아야 하는가?
- 국가유산청·지자체 평가(협상에 의한 계약)를 통과해야 하는가?
실측·콘텐츠·장비·설치·운영·안전까지 한 팀으로 기획·수행합니다. 국가유산청 계열 사업 원청 수행 경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