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없는 조직에서 사라지는 건 무엇일까
레니 라칫스키의 뉴스레터에 올라온 글 하나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Lovable(AI 코딩 툴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는 엘레나 버나가 쓴 '타이틀 없는 조직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글이다.
Lovable은 IC, Lead, Head 세 단계만 있고 그 이상 세분화하지 않는다. 이유가 흥미롭다. 회사가 워낙 빨리 크다 보니, 작년엔 딱 맞았던 Director 타이틀이 올해는 회사 규모가 10배 커진 상태에서 다른 회사 기준 매니저 스코프밖에 안 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때마다 타이틀을 낮추는 대화를 해야 하는데, 강등은 아니지만 사실상 강등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세분화된 타이틀 자체를 없앴다.
읽으면서 VARIS를 운영하며 겪은 것과 겹치는 지점이 있었다. 타이틀은 업무 정의가 아니라 정보 접근권, 회의 참석권, 의사결정 권한을 배분하는 장치였다. 승진하면 갑자기 다른 채널에 초대되고, 어제까진 몰라도 됐던 정보를 오늘부터 알게 된다. 조직이 커질수록 이 장치는 정교해지지만, 동시에 정보가 흐르는 속도는 느려진다.
AI가 정보 접근과 의사결정의 병목을 줄이기 시작하면, '타이틀이 관리하던 것'의 상당 부분이 필요 없어진다. 매니저의 역할도 바뀐다. 정보 흐름을 통제하는 사람에서, 맥락을 만들고 방향을 맞추는 사람으로. 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이거다: '매니저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계층 구조를 통과시키기 위해 필요했던 일 자체가 사라진다.'
우리 조직에서도 같은 질문을 해볼 때다. 지금 '직급이 하는 일'이라고 믿는 것 중, 실제로는 '느린 정보 전달 구조를 메꾸기 위한 일'은 얼마나 될까.
(출처: Lenny's Newsletter에 크로스포스팅된 Elena Verna 글)
만드는 사람에서 여러 에이전트를 동시에 굴리는 사람으로
오늘 아침 Ben's Bites 뉴스레터에서 읽은 이야기 하나가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Ben Tossell이 주말 아침 잠깐 시간을 내서 옛날 전자기기 87개를 모은 사이트를 만든 이야기였는데, 방법이 흥미로웠다. Codex에게 아이디어를 던지고, 작업이 여러 갈래로 나뉠 때마다 서브에이전트를 붙였다. "메인 스레드가 막히지 않게, 병렬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생기면 서브에이전트를 쓴다"는 문장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이게 낯설지 않은 이유는, 지금 이 글도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parkjunhyukxyz SNS 자동 배포 루틴은 Notion에서 콘텐츠를 감지하면 LinkedIn, Threads, Instagram, Facebook에 각각 독립적인 톤으로 게시하는데, 이 과정 자체가 하나씩 순서대로 처리되는 게 아니라 여러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도록 짜여 있다.
예전엔 "만들 줄 아는 사람"이 희소했다. 지금은 만드는 속도 자체가 거의 병목이 아니다. 대신 "이 작업을 몇 갈래로 쪼갤 것인가", "어떤 갈래는 병렬로 돌려도 되고 어떤 갈래는 순서를 지켜야 하는가"를 판단하는 사람이 필요해진다. 코드를 직접 짜는 사람에서, 작업을 설계하고 에이전트들에게 나눠주는 사람으로 역할이 바뀌는 셈이다.
6개월 뒤엔 "혼자 다 만드는 사람"보다 "여러 에이전트를 동시에 운영하는 사람"이 기본값이 될 것 같다. 지금 하는 일 중에 병렬로 쪼갤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한 번쯤 점검해볼 때다.
(출처: Ben's Bites, Ben Toss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