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제스트

타이틀 없는 조직에서 사라지는 건 무엇일까

레니 라칫스키의 뉴스레터에 올라온 글 하나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Lovable(AI 코딩 툴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는 엘레나 버나가 쓴 '타이틀 없는 조직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글이다.

Lovable은 IC, Lead, Head 세 단계만 있고 그 이상 세분화하지 않는다. 이유가 흥미롭다. 회사가 워낙 빨리 크다 보니, 작년엔 딱 맞았던 Director 타이틀이 올해는 회사 규모가 10배 커진 상태에서 다른 회사 기준 매니저 스코프밖에 안 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때마다 타이틀을 낮추는 대화를 해야 하는데, 강등은 아니지만 사실상 강등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세분화된 타이틀 자체를 없앴다.

읽으면서 VARIS를 운영하며 겪은 것과 겹치는 지점이 있었다. 타이틀은 업무 정의가 아니라 정보 접근권, 회의 참석권, 의사결정 권한을 배분하는 장치였다. 승진하면 갑자기 다른 채널에 초대되고, 어제까진 몰라도 됐던 정보를 오늘부터 알게 된다. 조직이 커질수록 이 장치는 정교해지지만, 동시에 정보가 흐르는 속도는 느려진다.

AI가 정보 접근과 의사결정의 병목을 줄이기 시작하면, '타이틀이 관리하던 것'의 상당 부분이 필요 없어진다. 매니저의 역할도 바뀐다. 정보 흐름을 통제하는 사람에서, 맥락을 만들고 방향을 맞추는 사람으로. 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이거다: '매니저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계층 구조를 통과시키기 위해 필요했던 일 자체가 사라진다.'

우리 조직에서도 같은 질문을 해볼 때다. 지금 '직급이 하는 일'이라고 믿는 것 중, 실제로는 '느린 정보 전달 구조를 메꾸기 위한 일'은 얼마나 될까.

(출처: Lenny's Newsletter에 크로스포스팅된 Elena Verna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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