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시간의 리허설
전시가 열리기 전, 빈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하여
관객이 들어오기 전, 그 공간은 전혀 다른 곳이다. 프로젝터 여러 대가 서로 다른 각도로 켜져 있고, 바닥에는 케이블이 테이프로 눌려 있고, 나는 그 한가운데 서서 색온도 수치를 노트에 받아 적는다. 아무도 감동받지 않는 시간이다.
몰입형 전시를 기획할 때 가장 오래 붙잡히는 지점은 '어떻게 보여줄까'가 아니라 '어디서 끊을까'다. 빛이 닿아야 할 곳과 닿지 않아야 할 곳, 소리가 시작되어야 할 박자와 사라져야 할 박자. 채우는 결정보다 비우는 결정이 훨씬 많고, 그 비움이 더 오래 걸린다.
국가유산 현장에서 작업할 때는 더 조심스러워진다. 돌 위에 빛을 얹는 일이라, 조명 각도가 조금만 틀어져도 표면의 결이 달라져 보인다. 한번은 사전 답사 때와 실제 설치 때 습도가 달라서, 같은 파일을 쏘는데 색이 뭉개졌다. 그날 밤 나는 현장에서 파일을 다시 만들었다.
관객은 완성된 것을 본다. 그러니까 그들이 경험하는 것과 내가 겪은 것은 같은 공간에서 벌어진 완전히 다른 사건이다. 나는 그 공간이 제멋대로 굴던 순간들을 기억하고, 관객은 그 공간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느낀다. 둘 다 틀리지 않았다.
기획은 결국 그 간극을 관리하는 일이다. 내가 통제하지 못한 것들을 관객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혹은 알아채더라도 그것이 경험의 일부가 되도록. 빈 공간에서 혼자 수치를 적던 그 시간이 없으면, 관객의 시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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