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점 ⑨

공주 공산성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불규칙한 표면은 오차가 아니라 작업의 조건이다

프로젝션 매핑에서 ‘정렬’은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도면을 보고 거리를 재고 기준점을 잡는다. 그런데 공산성 성벽 앞에 서면 그 순서가 흔들린다. 기준점을 어디에 잡느냐는 질문 자체가 달라진다. 쌓인 돌마다 면이 다르고, 줄눈은 고르지 않고, 같은 구간도 위아래가 다른 각도로 기운다. 평면을 전제로 설계된 도구들이 여기서는 그 전제부터 다시 묻는다.

그렇다면 ‘맞춘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불규칙한 표면에 빛을 얹을 때 우리가 실제로 하는 일은 정렬이 아닐 수 있다. 공산성 작업은 그 질문을 오래 붙들게 했다.

🔍 표면이 고르지 않을수록 기준은 고정이 아니라 협상이다

프로젝션 매핑의 기본 원리는 투사면의 형태를 미리 파악하고 그에 맞게 이미지를 변형하는 것이다. 실내 박스형 공간에서는 이 과정이 비교적 단순하다. 벽이 평평하고 각도가 일정하면 워핑 포인트 몇 개로 충분히 잡힌다. 그러나 성벽처럼 수백 년 동안 쌓이고 수리되며 돌 하나하나가 제각각인 표면에서는 워핑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어느 지점을 ‘맞다’고 볼 것인지를 먼저 정해야 하는데, 그 기준 자체가 표면마다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단일 기준점 대신 구간별로 기준을 나눠 잡는 방식으로 접근하게 된다. 맞추는 게 아니라 협상하는 것이다.

여기에 조도 문제가 겹친다. 성벽은 재질과 색이 균질하지 않다. 어두운 돌과 밝은 돌이 섞여 있고 표면의 요철이 빛을 제각각 반사한다. 같은 밝기로 쏴도 관객 눈에 닿는 휘도는 구간마다 달라진다. 프로젝터 출력을 단순히 높이는 방식은 이 불균질을 더 드러낼 뿐이다. 영상 자체의 명도 분포를 표면 특성에 맞게 조정하는 편이 낫다. 장비 스펙보다 영상 설계가 먼저라는 원칙이 여기서 다시 확인된다.

🔭 조건을 통제할 수 없을 때, 설계는 유연성을 품어야 한다

공산성 같은 국가유산 현장은 구조물에 손댈 수 없다. 기준점을 만들거나 표면을 고르게 처리하는 선택지가 없다. 이 제약은 미디어아트 전반에서도 반복된다. 건축물 외벽 프로젝션, 자연 지형을 쓰는 야외 설치, 오래된 구조물을 활용하는 문화재 현장 모두 ‘표면을 내가 만들 수 없다’는 조건을 공유한다. 그 안에서 퀄리티를 내는 방법은 결국 설계 단계에서 불확실성을 얼마나 촘촘히 변수로 넣느냐다.

완성도 높은 현장일수록 현장 변수를 줄인 게 아니라 그 변수를 설계 안에 미리 흡수한 경우가 많다. 공산성 성벽은 그 사실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준 현장이었다. 돌 하나하나가 고르지 않아서 어려운 게 아니라, 고르지 않음을 전제로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이 이 작업을 단순한 프로젝션이 아닌 무언가로 만들었다.

현장 팁불규칙 표면 워핑 작업 전, 현장 실측 사진을 구간별로 분리해 포토그래메트리 또는 3D 스캔 데이터로 확보해 두면 영상 사전 제작 단계에서 오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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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yz — 빛과 공간으로 경험을 짓습니다. 프로젝션 매핑·몰입형 전시·국가유산 미디어아트를 기획·운영해 왔습니다. 매일 한 편의 레터를 보냅니다. 구독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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